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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친화력

을유문화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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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목차
<b>“증오는 편파적이지만 사랑은 더욱더 편파적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탐구한 애증과 욕망

『선택적 친화력』은 소설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대작가가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욕망에 관한 비가라 할 수 있다. 원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에 삽화처럼 들어갈 짧은 이야기였지만 괴테는 “소재가 너무나도 의미심장하고,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장편으로 개작해 발표하게 된다. 작품의 제목인 ‘선택적 친화력’은 두 물질이 서로 만나 상호작용하여 선택에 따라 새롭게 결합하는 현상을 뜻하는 화학 용어다. 괴테가 당시 과학계에서 주목받던 이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소설 속 주인공인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뒤흔드는 대위와 오틸리에, 네 남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도덕에 따라 본능을 억제하려는 샤를로테와 대위, 자연스러운 열정을 탐하는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의 인연은 마치 화학 원소들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파괴적이고 맹목적인 애정을 제어하려는 사회 제도 사이에서 그들의 불안정한 관계는 끊임없이 요동친다. 욕망과 관계에 대한 괴테의 냉철한 통찰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서는 오랫동안 독일 고전을 국내에 소개해 온 장희창 교수가 괴테의 문체를 최대한 살려 원전에 가깝게 번역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역자의 고심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이 작품은 그동안 국내에 ‘친화력’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지만 원서의 본래 뜻을 충실히 살리자면 ‘선택적 친화력(Wahlverwandtschaften)’이 보다 적합한 표현이다. 제목에 이미 ‘선택(Wahl)’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우연적인 요소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배제하면 괴테가 쓰고자 했던 본래 의미가 일부 반감될 수 있다.

<b>정원과 놀이를 통해 그려 내는
당대 미학의 집성체

이 소설은 괴테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갔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추상적 이념보다는 구체적인 삶과 경험에서 진실을 보고자 했던 대문호는 문필가이자 자신의 비서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과 나눈 대화에서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괴테 자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선택적 친화력』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사 기법은 저자가 경험했던 생의 여러 순간을 다각적으로 보여 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로 등장하는 「놀라운 이웃 아이들」의 이야기나 오틸리에의 일기, 에두아르트의 편지 등은 보다 입체적으로 등장인물과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성 아래 펼쳐진 장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듯, 이 작품은 독자에게 그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선명한 감각을 선사한다. 괴테가 이 소설을 집필하던 당시에는 루소 등의 영향으로 자연 그대로의 삶을 동경하는 것이 유행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선택적 친화력』에도 영향을 끼쳐 소설 속의 정원은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이상을 드러내는 공간이자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는 주요 무대가 된다.
건축기사가 설계한 그림들과 샤를로테의 친딸인 루치아네가 집으로 돌아온 뒤 벌이는 귀족들 간의 그림자놀이 또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잘 보여 준다. 여러 장원으로 몰려다니며 유흥을 즐기는 귀족들의 모양새나,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변장해 무도회에 등장하는 루치아네의 취향 등은 다소 우스워 보이면서도 독특한 귀족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처럼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흐름을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기에 『선택적 친화력』은 오늘날 독일 최초의 사회 소설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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